부여 바로 옆동네인 은산마을에서는 뒷산인 당산 남쪽의 숲속에 별신당을 모시고 있다. 한 칸자리 별신당 안에는 가운데에 소나무 아래 호랑이를 거느린 산신이, 왼쪽에 칼을 거머쥔 복신장군이, 오른쪽에 창을 겨누고 있는 토진대사가 모셔져 있다. 복신장군은 백제 30대 무왕의 조카이자 31대 의자왕과는 종형제간인 귀실복신이며, 토진대사는 도침대사가 후대에 잘못 전해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 두 사람은 백제가 멸망한 뒤 백제부흥군을 이끈 장수들이었으나 3년 동안의 부흥운동 끝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같은 부흥군의 손에 살해되었다. 은산의 별신제는 그러한 백제 부흥군의 백제 멸망사와 관련되었음을 전해 주는 처절한 전설을 바탕으로 이루어 졌다.

  백제가 당나라와 시라 연합군에 패망하고 부흥운동 또한 완전히 괴멸된 뒤에, 이 은산마을에는 까닭모를 역질이 돌아서 마을사람들이 하나둘 죽어 갔으나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한 노인의 꿈에 백마를 탄 한 장군이 나타났다. 그는 "나는 백제의 부흥을 위하여 싸우다 죽은 장군이다. 많은 부하들과 함께 백골이 산야에 흩어져 있으니 그것을 수습하여 잘 묻어 주면 마음의 근심을 푸어 주겠다."고 했다. 노인이 꿈에서 깨어나 들은 대로 마을사람들과 함께 가 보니 과연 많은 유골이 흩어져 있었다. 이를 수습하여 잘 묻어 주고 극진히 장사 지내니 마침내 역질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로부터 은산에서는 복신장군을 비롯한 백제병사들의 넋을 위무하고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별신제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이 별신제가 400여 년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동해안 별신굿 등 일반적인 별신굿이 마을의 안녕과 풍어, 풍작 등을 기원하는 동제의 성격이 훨씬 강한 반면에 은산별신제는 무엇보다도 패망한 백제 장군의 넋을 위로하고 기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장군제이다. 그 독특한 내력과 제의방식으로 일찍이 중요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었다.

  별신굿 보존회가 중심이 되나 대장, 중군, 사령집사 등의 중심인물말고도 무당, 공인, 농악수, 기수, 제물운반인 등 거의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